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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작 『세월』 – 아니에르노가 써낸 삶과 기억의 기록 점심을 먹고 난 오후, 조용히 책상에 앉아서 아니에르노의 『세월』을 펼쳤습니다. 마치 오래된 가족 앨범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이 책은 작가 개인의 삶을 따라가면서도 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집단적 기억을 건드립니다.『세월(Les Années)』은 프랑스 작가 아니에르노가 1941년부터 2006년까지, 약 60여 년에 걸친 삶과 시대를 한 권에 담아낸 기록입니다. 이 책이 독특한 이유는 바로 “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진정성이 바로 아니에르노를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이끌었죠. “그녀는…”으로 시작하는 문장, 그 안에 담긴 세대의 얼굴들『세월』은 일반적인 자서전과 다릅니다. 작가는 1인칭 “나”가 아닌, 3인칭 “그녀”로 자신을 서술합니다. 그 결과 .. 2026. 1. 9.
필사하고 싶은 문장이 유독 많았던 날, 은희경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 생각을 닦아내는 시간, 은희경의 『생각의 일요일들』– 온전히 필사하고 싶은 글, 나를 들여다보게 하는 산문집 “내가 읽은 문장이 나를 만든다.”이 문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은희경이라는 이름을 꺼낼 거예요. 『새의 선물』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나의 말로는 아직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을 소설 속 소녀가 먼저 알고 있었거든요. 그 이후로 저는 은희경 작가의 책을 계속 따라 읽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따라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은희경 작가의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을 필사하며 읽었던 시간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제목부터 느껴지는 ‘일요일’의 사유적이고 조용한 느낌처럼, 이 책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들로 가득해.. 2026. 1. 9.
같은 듯, 비슷한 듯, 다른 문장들로 2025년을 마무리하며-헤르만헤세 산문집 필사 연말이 되면 자연스럽게 문장이 느린 책을 찾게 되더라고요.이야기를 쫓아가는 책보다는, 한 문장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책.그래서 올해 마지막 필사는 헤르만 헤세의 산문집 두 권으로 정했어요. 『밤의 사색』과 『삶을 견디는 기쁨』처음엔 조금 헷갈렸어요. 같은 주제, 같은 사유, 같은 헤세인데 문장의 온도가 다르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로 같은 원문 산문이 두 책에 다 들어 있는 경우가 있더라고요.헤세의 산문들은 원래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이 여러 선집에 반복해서 실리곤 했대요.국내 출판사들도 같은 원문을 다른 제목으로, 다른 번역 톤으로 묶어내는 경우가 많고요.그래서 "어? 이 이야기 전에 읽었는데?"라는 느낌이 드는 게 당연했던 거예요.같은 글이 맞는데, 다르게 옮겨진 거였어요. 마치 같은 .. 2025. 12. 31.
그럼에도 오늘, 필사합니다. 요즘, 책을 읽어도 말이 되지 않아요. 요즘 책을 읽으면서도 글 한줄이 잘 써지지 않았어요. 읽은 책을 정리해보려고 하면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고, 이렇게 말하는게 많나?누군가에게 책 내용을 말해주고 싶은데 나오지 않아입 속에서 맴돌다 그냥 입을 닫아버리게 되고, '이걸 제대로 읽은 게 맞나?'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죠. 좋았던 문장이 분명 있었는데,왜 좋았는지 설명하려고 하면 그 마음이 슬그머니 사라져버려요. 제대로 읽고 있는 게 맞을까요그럴때면내가 책을 좋아하는 게 맞는지아니면 그냥 지적 허영심으로 책을 읽는 척하고 있는건 아닌지괜히 저 자신을 의심하게 돼요. 책을 읽으면 뭔가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왔어요. 요약하거나, 느낌을 적거나, 최소한 정리는 해야 제대로 읽은거 라고 믿었거든요. 그.. 2025. 12. 26.
필사를 할 때 다르게 다가오는 문장들, 렛 뎀(Let them) 마지막 장까지 단 한 문장도 버릴 것 없이 응원과 용기를 주는 책이었어요. 읽고, 필사하는 동안 여러 순간들이 조용히 지나가기도했구요. 내가 좋은 인생을 살기보다는내가 조금 더 손해 보더라도다른 누군가가 좋은 인생을 살기를 바랐던 순간들, 그 선택들이 결코 나를 행복하게 하지는 못했다는 걸이제야 조금 솔직하게 인정하게 됐죠. 2025년 크고 작은 일들을 치르면서자주 혼잣말을 했던 게 있어요. " 나 열심히 살았잖아. 그만큼 고생했는데 이제 좀 쉬고 싶다. 날 좀 쉬게 해주고 싶어." 『렛 뎀』은 그 말에 그래도 된다고, 그렇게 해도 된다고조용히 허락해 주는 책처럼 느껴졌어요. 내 혼잣말에 누군가 대답해 주는 듯한 따뜻한 위로와 함께. 책을 읽을 때보다 필사를 할 때 문장은 조금 더 다르게 다가와요.. 2025. 12. 23.
드라마로 만나게 될 장류진 작가, 『달까지 가자』 물 한잔 마시러 거실에 나갔다가 TV에서 달까지 가자라는 드라마 타이틀을 보게됐어요.설마? 그 '달까지 가자'?내가 좋아하는 장류진 작가의 그 달까지 가자?그러자 바로 이어 나오는 주인공들의 이름과 회사 이름까지 겹쳐지자 맞구나~ 싶었어요. 『달까지 가자』 몇년 전 『달까지 가자』를 처음 읽었던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소설 속 인물들의 대화가 마치 내 곁에서 일어나는 대화처럼 생생했고,회사에서 경험했던 일상의 균열과 크게 다르지 않아 자꾸만 내 삶을 겹쳐 보게 했던 작품이었거든요.지극히 평범하지만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은 너무나 익숙해서, 마치 내 이야기를 누군가 옆에서 조곤조곤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었죠. 그래서인지 이번 드라마 소식은 단순히 반가움 이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 2025. 9. 20.